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캐나다 워홀 영화관(Landmark) 알바 면접 후기

캐나다에 온 지 어연 4개월 차

오기 전엔 어학원을 다닐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와서 생각해 보니 뭘 하든 영어는 늘긴 할 텐데 굳이 학원을 다녀야 할까.. 하는 마음에 부딪혀 보기로 작정

 

하지만 현실은 한인잡, 한인교회, 한국인 집주인

나도 피하려 애썼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의 경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곧바로 한인식당에서 서버로 일을 시작하고 1개월 차에 그만두게 된다(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살면서 알바를 처음 해봤는데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있는지 느끼게 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

 

바로 이어서 구한 잡은 로컬 식당(이지만 한인사장) 서버

손님이 95%이상 외국인 손님이기에 영어를 좀 더 많이 쓰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손님과의 대화가 30%라면 직원과의 대화는 70% 이상이다.

그 30%마저도 무한반복 멘트이기에 영어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하여 또 시작된 구직..

꼴에 바라는 건 많아서 팀홀튼이나 스타벅스, 패스트푸드 같은 곳보다는 직원이 좀 많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결국 영어를 위해서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제일 낫고 그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직장 동료들이다.

 

그 조건에 딱 부합하는 대상이 바로 호텔과 영화관이었다.

계속 서칭을 하고 있었지만 호텔은 지원해도 연락이 없었고 집 근처 영화관은 구직이 계속 안 뜨고 있었다.

 

이쯤에서 당시 내 영어 실력을 표현해 보자면 딱 서술한 수준이다.

한인 식당에서 일해야 하는 정도, 간단한 대화만 가능한(정말 간단한)

처음 일하면서 '어서 오세요',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계산 도와드릴게요' 등 숙지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관(Landmark) 파트타임 채용이 뜨게 되고

더욱 좋았던 것은 지원서를 영상으로 받는다는 점이었다.

남들과 대비되는 나의 장점을 보여주기엔 단순한 이력서보단 영상이 더 뚜렷하기에 선호한다.

 

채용은 아래 링크에서 지점별로 확인이 가능하다.

https://app.higherme.com/companies/5d1b852270810?page=1

 

HigherMe

 

app.higherme.com

 

영상을 촬영하면서 최대한 이 포인트에 집중했다.

1. 무조건 밝게, 무조건 웃으면서

2. 최대한 영어 유창한 척

 

이들이 원하는 인재는 밝고 친절함 그게 전부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것, 알 수도 없고 필요도 없다.

 

영상 제출이 아닌 즉시 촬영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캠이 없으면 핸드폰으로 해야 하는데

2번을 위해 시선이 카메라를 향해야 하니 종이에 대사를 써놓고 핸드폰에 붙여서 촬영했다.

 

그리고 availability는 가능한 모조리 체크, 나는 주말 하루 빼고 전부 올데이 가능으로 제출했다.

 

난 무조건 연락이 오겠거니 생각했다.

이 정도 생각이 들 정도로 촬영하는 걸 추천한다.

그깟 한 번인데 노력해 보자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 지금 여기 사장님도 좋은 분이고 로컬 식당인데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여기서라도 잘 적응하면서 계속 지원해 보자 하고 열심히 현생을 살았다.

 

지원한지 두 달 가까이 돼가던 즈음에 면접 시간을 정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다만 문제는 면접일까지 며칠 여유가 없었고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전에 구직을 하면서 조금 정리해놨던 답변들을 다시 달달 외우기 시작,

Landmark 면접 질문을 찾아보면서 재미나이랑 같이 작성했다.

 

영화관답게 시그니처 질문으로 인생영화를 물어보는 듯 했다.

이 외에 3-4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간신히 외워갔다.

 

면접일이 되어 떨리는 마음, 걱정되는 마음 가운데 자신감을 쥐어짜내어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관이 몰 안에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따로 웅장한 건물로 있어서 놀랐다.

 

들어가니 직원이 맞이하고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니 종이에 내용을 작성하고 앉아있으라고 한다.

이 또한 종이와 펜을 주니 이해했지 말로 이해하진 못했다.

내용도 뭘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사진을 찍어서 번역했다.

 

먼저 앉아있던 아시아인이 먼저 들어갔고 그 친구가 나오고 나서 총괄 매니저가 날 데리러 왔다.

이 순간만큼의 나는 내가 아닌 내가 촬영한 영상 속의 사람이여야 하기에

들어가면서 총괄 매니저에게 '너무 기대된다', '면접 기회를 줘서 고맙다', '난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매우 신난다' 등 

엄청난 High-Energy Person 인 '척'을 했다.

난 평소 말이 없다는 말을 밥 먹듯이 들으며 산다.

 

참고로 총괄 매니저는 지점장 직급이고 채용 전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마주한 순간부터 면접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니 매니저 한 명이 더 있었고 2:1로 면접을 시작했다.

 

1차 당황한 부분

긴장을 풀라고 아이스브레이킹 질문으로 시작한다며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어봤다.

저 질문은 내가 가장 힘준 답변으로 무려 1-2분 분량 정도를 외웠는데

아이스브레이킹이면 간단한 답변으로 끝내야 한다.

아래는 실제 내가 준비한 답변이다. 

너무 길지 않냐는 말에 할 말은 없지만 나름의 고도 전략 '한 질문으로 면접 시간 잡아먹기' 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문장 얘기하자마자 그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준비한 몇 개 안되는 카드 중 하나를 날려버리자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폭격 

생각보다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정말 힘들었는데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동료와의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2. 일이 바쁠 때 동료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할 건지

3. 일과 삶(워라밸) 중에 어떤 걸 선호하는지

4. 인생의 난관을 보통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경험

5. 두 가지 상황 중에 어떤 걸 먼저 도울 건지, 손님이 팝콘을 쏟은 상황과 이러저러한 상황

(후자는 심지어 이해를 전혀 못했다. 다시 말해달라고 했는데도 못 들었다.)

6. 서비스에 불만 있는 고객을 어떻게 케어할 건지

7. 무언가 노력해서 성취해냈던 일이 뭐가 있는지

8. 어떤 일에 도전했던 경험

9. 곤충이나 벌레(?)가 된다면 뭐가 되고 싶은지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1번, 2번, 6번, 10번 정도만 준비된 답변으로 적당히 섞어서 답변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되도 않는 영어로 답변을 했다.

5번 질문은 가히 최악이었다. 내가 봐도 너무 창피해서 또렷이 기억한다.

'I'd help the person who sliped popcorn first, it's a.. immediate things you know..'

대충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니 먼저 도와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역부족이였다.

 

지금도 나는 총괄매니저가 이때 날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어떤 질문엔 유창히 답변을 하더니 어떤 질문엔 헛소리를 내뱉으니

 

8번 질문도 난관이었는데 (모든 질문이 난관이었지만) 영어로 아는 곤충이 없었으니..

딱 하나 떠오른 것 Butterfly

이유도 적당했다. 하늘을 날고 싶어서. 실제로 내 꿈이기도 하고

이어서 패러글라이딩을 했던 경험, 스카이다이빙을 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된 경험.

헬리콥터를 조종해 보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중의 하나인 것을 말하며

어느 정도 풍족한 답변으로 완성됐다.

 

마지막 질문이 스무스하게 마무리돼서 겨우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당연히 간절해야 한다.

여기서 너무너무 일하고 싶다.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등 또다시 어필 함으로 면접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언어라는 약점이 있기에 다른 점에서 월등한 장점을 보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우릴 뽑을 이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리고 매니저가 모조리 체크해놓은 나의 Availability를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합격 여부는 이틀 뒤 오전 중으로 이메일로 통보해 준다고 하고

OT가 다음 주 월요일에 있는데 시간 괜찮냐고 물어봤다.

여기서 혹시 날 괜찮게 본 건가 싶어 설렜지만 지침 정도이겠지 하고 자제했다. 

 

그렇게 나의 첫 영어 면접을 성공적으로 잘 망치고 한시름 놓았다.

내가 했던 터무니없는 답변들에 붙기를 기대 안 하다가도 10%정도의 기대감으로 이틀을 보냈다.